Re.. 프리미어 6.0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봄.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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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07 02:57
아래 글을 올리고 나서 다른 외국 사이트에서 우연히 프리미어 6.0이냐 파이널 컷 프로 2.0이냐로 고민하는 사람의 글과 답변을 봤습니다. (전문가나 전문가가 될 사람이 아니라면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이무비 쓰시는 게 최곱니다. 아이무비의 최대 문제는 맥에서 리얼이나 윈도우즈 미디어로 인코딩하려면 클리너 5.0.2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니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미국의 컴퓨터 백화점에서는 철지난 아도비 소프트웨어 묶음을 (별로 안 싸게) 슬쩍 팔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는 5.x 계통은 쓸 만 한 물건이 못 됩니다. 6.0은 정말 개과천선이죠. 애프터 이펙트는 4.1도 좋지만 5.0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포토샵도 6.0이 좋아졌죠. 그런데 바로 프리미어 5.1과 애프터 이펙트(프로덕션 번들이 아닌) 4.1, 일러 ?(생각 안 남.) 등등을 엮어서 제값 다 받고 팝니다. 컴맹을 상대로 재고처분해 보자는 속셈이죠. 소프트웨어는 재고 부담이 없을 텐데 너무합니다. 이건 너무한 거라 치고, 그럼 프리미어 6.0은 어떨까요? 우선 파이널 컷 프로보다는 쌉니다. 교육평가판;-)을 애용하는 사람에겐 2500 불 짜리 라이트웨이브나 10 불 짜리 셰어웨어나 가격 차이가 없겠지만, 꼬박꼬박 사서 쓰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도 정품주의자인데요, 몇 천 불 썼는데도 컴퓨터는 텅텅 비어 있고 게다가 다 한물 간 버전들입니다. 반대로 죽어도 정품을 안 사는 제 친구의 컴은 최신 소프트웨어로 꽉 차 있죠.^^ 프리미어와 파이널 컷 프로의 가격 차이는 몇 백 불 정도입니다. 파이널 컷 프로의 가격을 프리미어와 비교하는 건 물론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급이 다른 소프트웨어니까요. 파이널 컷 프로가 깔린 맥 편집 시스템 전체 가격을 아비드의 중저가 모델과 비교해야 말이 됩니다. 몇 분의 일 내지는 십분의 일까지도 됩니다. 아마 애플이 하드웨어 팔아서 먹고 사는 회사가 아니라면 파이널 컷 프로의 가격은 2000 ~ 3000 불 했을 겁니다.
두 프로그램의 기능차이는 우선 안정성과 완성도를 들 수 있겠죠. 파이널 컷 프로가 월등합니다. 그리고 또 큰 차이는 거의 아비드 수준에 온 파이널 컷 프로의 미디어 관리 기능입니다. 프리미어는 이상하게도 별로 엄청날 거 없는 기능일 수도 있는데 이 미디어 관리 기능은 물론이고 다중 시퀀스 기능 조차 없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점이죠. 파이널 컷 프로가 상당히 강력한 합성기능을 자체 지원하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지만 여전히 애프터 이펙트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미어 6.0은 이 점에서도 뒤지지만 어차피 애프터 이펙트를 써야 한다면 흠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파이널 컷 프로가 1.2.5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음향 처리 부분을 2.0에서 강력하게 개선했기 때문에 믹싱보드 스타일의 프리미어 6.0의 음향 조절 기능은 저는 별 잇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음향 마스터링을 해 보면, 실시간으로 손으로 작동하는 페이더는 결코 키프레임 기반의 음향 조절의 민첩성과 정밀성을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습니다. 단, 노가다가 좀 요구되죠.^^ 따라서 프리미어 6.0의 믹싱 콘솔 인터페이스 자체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애프터 이펙트 필터들은 또 파이널 컷 프로도 많이 지원합니다. 프리미어는 대신 일반 소비자용 기능들이 좀 있습니다. 스토리보드 인터페이스 같은 거죠. 하지만 훈련된 편집자는 영상을 완전히 외워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좀 고급 영상 편집도구를 찾는다면 프리미어가 파이널 컷 프로보다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윈도우즈에서는 선택의 여지도 없구요.) 리얼미디어로 출력해 주는 기능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아주 편리한 기능이겠죠. 클리너 5를 안 사고도 될 뿐 아니라 편리하게 느껴질 겁니다. 클리너 5 만큼 정교한 설정을 할 수는 없지만 거꾸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클리너 5를 쓴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골치거리일 겁니다. 방금 확인해 보니 프리미어 6.0, 애프터 이펙트 5.0, 포토샵 6.0, 일러스트레이터 9.0을 묶어서 1200 불에 팝니다. 돈주고 살 사람 한테는 엄청난 유혹입니다. 어차피 포토샵과 애프터 이펙트를 써야 한다면 두 개 따로따로 샀을 때의 가격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일러 9와 프리미어 6.0을 끼어 준다? 이왕 프리미어가 있는데 또 천 불 들여서 파이널 컷 프로 사기가 좀 아깝겠죠. 게다가 클리너 5를 따로 사면 또 다시 600 불이 듭니다. 그것도 퀵타임용 전문코덱을 제외한 가격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프로그램 자체의 성능과 관계없이 프리미어가 훨씬 넓은 일반소비자/준전문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뭐, 전문가용으로 봤을 때는 프리미어가 굳이 낫다고 할 만 한 점을 찾기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워낙 사람들이 맥은 출판 이외에는 생각 조차 않는 플랫폼이라, 거의 대부분의 저가 편집 시스템은 프리미어 6.0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라는 사람이 아무리 파이널 컷 프로 기반 시스템에서 정교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해 낸다고 쳐도, 막상 프리미어를 쓸 줄 모른다면 우습게 보일 겁니다. 가르쳐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주어진 편집 시스템에서 작업해야 할 경우도 생길 겁니다. 아마도 프리미어겠죠. 이미 숙련된 파이널 컷 프로 사용자라면 어려움 없이 금방 배울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인터페이스의 차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프리미어를 배우는 게 나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아무리 싸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 기반 편집 시스템의 전체 비용은 싸구려 조립 피씨의 가격대와는 한참 거리가 있기 때문에 맥기반 시스템이 결코 피씨 기반 시스템보다 비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컴퓨터 자체의 가격 비중이 낮다는 뜻.)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피씨는 이미 있지만 맥은 새로 사야 하니까요. 게다가 모르는 플렛폼을 새로 배우려면 그게 좀 힘듭니까? (항상 주장하지만, 맥이 초보자에게는 결코 윈도우즈보다 쓰기 쉽지 않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애플이 윈도우즈용 파이널 컷 프로를 내 놓을 가망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프리미어 천지가 될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프리미어 6.0을 쓰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