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배웠소?

오늘은 뭘 배웠소?

하늘나라 0 1,058 2005.01.12 10:31
북인도 바라나시의 한 여인숙에서 묵고 있을 때였다.

낮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돌아오면 늙은 여인숙주인이 내게 묻곤 했다.

"오늘은 뭘 배웠소?"

그는 여행을 하러 온 내게 '오늘은 뭘 구경했소?'라고 묻지 않고 항상 그렇게 물었다.

그 질문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어서 나는 아무거나 둘러대곤 했다.

"오늘은 인도가 무척 지저분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는 내 대답에 무척 신기해하며, 심부름하는 아이까지 불러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손님이 오늘, 인도가 무척 지저분하다는 걸 배웠다는구나."

그러면 아이도 덩달아 "그래요? 그런 걸 배웠대요?" 하면서 맞장구를 치는것이었다.



다음날 주인은 또 물었다.

"오늘은 뭘 배웠소?" 나는 또 아무거나 둘러댔다.

"오늘은 인도에 거지가 무척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는 "그래요? 그럴 걸 배웠어요?"

하면서 또 심부름하는 아이를 불러 자랑하듯이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아이와 짜고서 나를 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복수를 하기로 작정하고, 다음날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은 인도에 쓸데없는 걸 묻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러자 여인숙 주인은 정색을 하며 물었다.

"누가 어떤 쓸데없는 걸 묻던가요?"

나는 그가 내 말뜻을 못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알아듣고서도 모르는 척하는건지 몰라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런 희한한 사람이 있습디다. 안녕히 주무시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어김없이 여인숙 주인은 똑같은 걸 묻는 것이었다.

나는하도 어이가 없어 대꾸도 하지 않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주인은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저 손님이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는구나."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괴상한 여인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곧 떠나야 했기 때문에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나는 매일 저녁 그 이상한 여인숙 주인에게서 그 질문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 오늘은 뭘 배웠소?" 그러다 보니 차츰 나도 세뇌가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인숙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뭘 배웠지?" 그것은 바라나시를 떠나 인도의 다른 도시들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딜 가든지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면 그것을 내 스스로에게 묻곤했다.

알고 보니 그 여인숙주인은 좋은 스승이었다.



*글: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중에서...


아침부터 엿먹고..(진짜 먹었음..^^*)
근데 맛도 없고..
요즘 엿은 왜이래?..단맛도 없고..엿이 제구실을 못해서..
좀 짱날라 하네요~^.~




211.199.64.162늘처음처럼 01/12[11:04]
좋은 글이다,,, 나도 하루해가 지는 저녁에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겠다,,, 오늘하루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고 많이 웃었는지를,,,,, 생각을 많이 하게 하네욤,,,
211.199.64.162늘처음처럼 01/12[11:04]
좋은 글이다,,, 나도 하루해가 지는 저녁에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겠다,,, 오늘하루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고 많이 웃었는지를,,,,, 생각을 많이 하게 하네욤,,,
211.40.132.215KENWOOD 01/12[11:48]
엿묵고싶당,,,냠냠!!
61.42.220.34하늘나라 01/12[12:16]
늘처음처럼님은 항상 리플하나에 만족 못하시나봐요?..^^..ㅋ
211.232.223.94★쑤바™★ (subager@hanmail.net) 01/12[13:05]
나는 오늘 무엇을 배웠지?퇴근시간에 생각해 봐야지..-,.-;
218.150.222.48상큼발찍 01/12[13:24]
ㅡ.ㅡ;; 어떻하면 제시간에 퇴근하나~ㅋ 요즘은 제시간에 퇴근하는것도 눈치 보입니다..ㅠㅠ
221.142.161.130이쁜마루 01/12[14:01]
참 좋은 글이네요~~~


61.98.100.36동글이 01/12[14:10]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날마다 물으면...마자듀글듯...푸히히~~
210.108.191.233giri 01/12[15:33]
음..이뿌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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