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남녀공방전)-01처절한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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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남녀공방전)-01처절한여자

7 pinkrain 8 19,983
옛날에 넘 잼있어서 토맥게시판에 올렸던건대요 ^^
어제부터 드라마로 방송중이라네요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
드라마 제목은 [메리대구공방전]이라던대 안봐서 몰겠군요 ^^


1.처절한 여자

내가 태어난건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기나긴 진통끝에 나를 낳고 다 죽어가는 포즈로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모친에게 전형적인 경상도맨인 부친은 우직하게 단 한마디 날리셨다.
'욕봤다'
모친은 부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침묵이 흘렀다.
부친의 멘트는 그걸로 끝이었다.
금방 죽을것 같던 모친이 이마에 핏대가 파바박 섰다.
'욕봤다 그기 다라예?'
부친은 한참을 고민하셨다.
그리고 고뇌의 흔적이 엿보이는 멘트를 날리셨다.
'메리 크리스마스다'
'헐~'
모친은 부친에 대한 복수로 내 이름을 메리라고 지어버렸다.
이상이 나 황메리의 탄생설화이다.

자신의 딸을 배우자에 대한 응징과 복수로 이용하는 이토록 비정한 모정앞에 이땅의 메리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개들은 무릎을 꿇는다.
내 이름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들은 기어코 나를 개의 세계에 편입시켜버린다.
어쩌면 모친이 내 이름을 메리라고 지은것은 개같은 내 인생의 복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깐 내 처절한 인생에 대해 고찰해보자.
감정이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배경음악을 깔고 가겠다.

<배경음악>
나훈아의 '잡초'
(배경음악은 각자 셀프다. 헐~)

내 나이 어언 3땡.
유엔에서도 만장일치로 승인한 공증된 노처녀다.
노처녀라고 말하는 내 입술옆으로 흐르는 한줄기 눈물.
손등으로 쓱 훔쳐낸다.
꾸엑~ 손등에 웬 피가.....
그것은 피눈물이였다.
혹자는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혹자A-일에 너무 푹 빠져서 결혼이 늦으신건가요?
또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혹자B-눈이 너무 높으신가봐요?
개뿔 백수가 푹 빠질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혹자B에게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제발 발언내용과 내 얼굴을 바라보는 표정 좀 매치시켜 주길바란다.
아닌거 알면서 묻는티가 너무 심하게 난다.
그런데다가 모친의 비수같은 한마디는 나를 더욱더 참담하게 만든다.
모친-방글라데시 그짝 동네만 아니면 무조건 오케이다. 덱꾸만 온나.
난 모친의 이 발언에서 중요한 논지의 오류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과테말라나 바하마 군도, 튀니지 쪽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은 요모양 요꼴이지만 사실 나는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선생님께 아부하며 쉬는
시간에 떠든 학우의 이름을 적어서 바치는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드랬다.
그랬던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그때부터 인생의 아이러니와
사회의 부조리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편히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나만의 고독하고도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가게 된것이다.
이 물질만능의 시대.
저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좋은걸 가지려고 아둥바둥 서로를 짓밟는 이 세태속에서 나
는 초연히 무소유의 길을 걸어왔던 거다.
돈...........없다.
직장.........없다.
남자.........결정적으로 없다.
현재스코어 뭐 하나 있는게 없다.

먼저 현재 나의 재산보유현황을 살펴보자.
<부동산>
전무후무.

<동산>
1.동생이 쓰다가 장가가면서 '니 해라' 하면서 던져 준 5년된 컴퓨러.
본체는 별 특이사항이 없으나 모니터는 가끔 피학적 성향을 보여 줘패야 화면이 뜬다.
2.리모콘이 고장나서 모든 버튼을 손수 눌러줘야만 하는 자동운동기능 시스템이 장착된 TV
한 대.

<채권>
500원에 당첨된 즉석복권 한 장. 내일 바꿔서 다시 긁을거다.

다음으로 나의 직업이력을 살펴보자.
한때 만화가가 되려했으나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테리우스를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마징
가제트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날로 관뒀다.
그 후 가문 최초의 여성 록커가 되기위해 동네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첫 공연을 가졌다.
3분짜리 노래에 삑사리 7번 났다.
그날로 관뒀다.
그 이후로는 현실적인 직업을 찾기로 하고 H타이어 대리점의 경리로 입사했다.
그런데 그곳에 비치되어 있던 전자계산기는 실로 마법의 계산기였다.
같은걸 열번 계산해도 열번다 틀리게 나오는거다.
그런데 가증스럽게도 다른사람이 하면 평범한 계산기인척 가장하고 똑같은 수가 나오는거다.
월말 정산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결국 난 경쟁사인 K타이어 대리점에서 H타이어 대리점을 망하게 하려고 보낸 산업 스파이
로 낙인찍혀 제거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스쳐갔던 맨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먼저 내 첫사랑이었던 고독한 록커가 떠오른다.
때는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떠있고 땅위에는 젖과 꿀이 흐르며 옵션으로 하늘과 땅 사이에는
봉황이 붕붕 날라댕기던 여고시절이었다.
친구들과 보러갔던 공연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뱀무늬 쫄바지를 입고 Still of the night를
원단으로 부르던 그 멋진 록커.
난 그에게 홀라당 반해서 3년동안 공연마다 ?아다녔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공연을 하느라 모든 것을 손수 해결해야만 하는 그를 위해 풀팅 (밤에
몰래 남의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포스터를 풀로 발라 붙이는 것. 스카치 테이프로 붙이는거
보다 훨씬 떼내기가 힘들다)
자원봉사도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고독한 록커는 눈이부신 흰 셔츠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깎은 모습으로 내 앞
에 나타났다.
이젠 라면만 먹기 지쳤다며 라면에 김치라도 먹고싶다며 암보험 하나만 들어달라고 샤우트
창법으로 내게 사정했다.
그날로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인생이 피범벅었던 P모씨.
그와 내가 만난건 피서지에서였다.
해변에 둘어앉아 고스톱을 치다가 피박을 덮어쓴후 피곤하다며 피로회복제를 마시던 그의 목젖은 왜 그리도 안스러워 보였던가.
그후 우리는 사귀게 되었고 피지로 신혼여행갈 계획까지 세웠건만 그는 경영하던 피씨방을 때려치우고 피라미드에 미쳐 인생이 피박살났다.
P모씨여.
사랑이 부족하여 떠났던 나를 용서해라.
나까지 피볼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내인생에서 남자란 단어는 고대전래 단어가 되었다.
군대에 지원하더라도 나는 신체검사에서 떨어지리라.
허벅지에 무수한 바늘자국들은 이제 문신으로 승화되어 버렸다.

눈물이 앞을가려 더 이상 쓸수가 없다.
(괜히 눈물도 안나오면서 더 이상 쓸거 없을 때 이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고
전적인 수법이란 말인가)
펜을 놓고 주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초이스 인스턴트 커피를 끓인다.
습관적으로 백설표 설탕과 동서 프리마를 넣으려다가 그만둔다.
고독한 여인은 커피를 블랙으로 마신다.
한모금 마시는데 무지하게 쓰다.
훌훌 불어가면서 양손으로 싸잡고 한약 먹듯이 마신다.
커피를 들고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리고 별들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싸늘한 밤바람이 고독한 나의 영혼을 깨워주는것을 느낀다.
모친이 잠결에 화장실로 가려다가 창가에서 한약을 마시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오밤중에 또 뭔 지랄이고?'
'별 본다.'
'와? 별한테 시집갈라꼬?'
'안 웃긴다.'
'그라마 별이 니 취직시키준다 카드나?'
모친이여 참으로 잔인하시구려.

나는 찌그러져서 내방으로 피했다.
방문을 잠그고 내가 외롭고 힘들때 유일한 벗이 되어준 담배를 찾았다.
이럴수가!
담배가 똑 떨어졌다.
나는 어렵게 모은 1300원을 들고 집을 나섰다.
10원짜리와 100원짜리로 이루어진 1300원은 한주먹이나 되었다.
가게는 다 문을 닫은 시간이라 걸어서 10분 거리인 편의점으로 가야만 했다.
어두운 밤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무서웠다.
그러나 이 고독하고 외로운 긴긴 밤을 담배마저 없이 지낼수 없다는 의지는 공포를 압도했다.
나는 뛰다시피 편의점에 도달했다.
나보다 먼저온 한 남자가 담배를 사고 있었다.
남자가 나간후 내 차례가 오자 늙은 알바에게 말했다.
'장미 한갑요'
'에헤이.....방금 손님 사간기 마지막인데.....'
쿠쿵~ 이런 청천벽력이.....
시중에서 절대 휘귀한 솔 말고는 장미야말로 1300원으로 살수있는 유일한 담배이건만.
안타깝게 담배 진열대를 올려다봤다.
아~ 내것이 될수없는 고가의 담배들만이 고고하게 꼽혀있구나.
나는 늙은 알바에게 수줍게 문의했다.
'아저씨 열가치만 가치담배로는 알팔아예?'
늙은 알바여.
안팔려면 고이 안팔아라.
그런 시선은 거두어다오!
나는 힘없이 편의점 문을 밀고 나왔다.
한동네 아래 있는 편의점은 홀랑 망했고 이제 어디로 가야만 하나.
힘없는 시선을 드는 순간 저만치 걸어가는 장미 선구매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저 남자를 잡아야만 한다.
 

Author

Lv.7 7 pinkrain  실버
34,960 (99.5%)

행복한 하루 되세요 ^^~

Comments

9 아프리카
욜라시스터즈 나오는거예요..ㅋㅋ   
6 니와토리
ㅎㅎㅎ 언니 저두 구토맥에서 무지 재밌게 읽었는데~
드라마 보니깐.. 그때 읽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ㅁ^ 
24 ★쑤바™★
핑크레인님..ㅋㅋㅋ
구토맥에서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ㅋㅋ

저도 그 드라마..
예고편 보면서 느꼈드랬죠..ㅋㅋ
한심남녀 공방전 배낀거 아니냐고.ㅋ
근데 인터넷 뉴스보니까..그 소설이 원작이라고 밝히더군요.ㅋㅋ 
7 pinkrain
꼬얌이 살아있네 ^^
연락좀 하고 살지~~
쟈는 나도 누군지 모른다 이뻐서 올려놨다..
 
13 化朗
예전에 올라왔던거 아닌가? ㅋㅋㅋ 
3 얌이~
ㅋㅋㅋ
누나 안뇽~~
근데 쟈는 누고...?
벌써? 
10 헤라
아....이거엿구나..좀 특이하다 싶엇는데 시청률에선 쩐의전쟁인가 뭔가 신양 나오는거에 밀렸다매?
긍데 지현우도 나오는거같든데 갸는 무슨캐릭턴가?
옛날 헤라머리하고 노숙자로 나오든데,,, 
12 하루
ㅇㅅㅇ원작이 소설이였군요,
어제보구서, 이하나씨랑 잘어울리는것 같았는데,,캐릭터가;;
ㅋㅋ연애시대때도 백수하고 이번에도 백수,
명랑쾌할 캐릭터가 참 잘어울리는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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